이곳을 목적지로 두지 않은, 여기서 살 생각이 없는 이들은 무너뜨릴 수 없다. 그들은 무너질 자리를 다른 곳에 둔 것이다. 한순간을 붙들고 사는 것은 다른 시간을 견디게 한다.

미국 남북전쟁의 발발로 인만과 에이다의 만남은 그 시작만 남긴 채 끝이 난다. 둘의 대화는 글자수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둘은 4년이 지나고 재회한다. 눈 덮인 길 위에 서서 그렇게 그리던 에이다를 바라보는 인만의 공허한 눈빛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인만은 에이다에게, 자신이 어떤 어두운 곳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당신이 지켜주었다고 고백한다.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자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에이다의 물음에는 수천 번이었다고 답한다. 현실인지 상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밤 둘은 둘만의 결혼식을 치르고 하나가 된다.

"I lost your mother after twenty-two months of marriage. It was enough to fill a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