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외투 소매를 몇 번 걷어 마르고 단단한 손목이 드러나 있다. 무심한 듯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그 텅 비어버린 듯한 모습은 내가 열망하던 모습이었지만….
바로 느껴진다. 그녀가 저 자리에서 삶을 견디고 있다는 것이. 그렇다면 나는 왜 저 상태로 나아가고 싶었던 걸까?
영화 내내 나를 이끌었던 그녀가 김새벽이었는지, 영지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취향이 하나 생긴 것 같은데, 재밌게도 위스키나 패션처럼 강박적인 느낌이 없다. 늘려야 할 것도 치워야 할 것도 없이, 원할 때 손을 뻗으면 되는 홀가분함이 선선한 바람처럼 다가온다.
김새벽의 다른 작품을 또 보고 싶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 있으세요?"
"응 많아. 아주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