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숙(윤소정)이 아들 동우(박용우)를 깨우는 모습은 흡사 연인 같다. 입고 갈 양복을 골라두고, 아침을 준비하고, 속옷 빨래를 하고, 심지어 목욕까지 시키는 일은 삼십 년 동안 지속된 일상이었다. 동우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그 긴 세월은 진숙을 배신하지 않았다. 결혼할 사람을 소개하겠다는 동우의 말에 진숙의 얼굴이 싸늘히 굳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진숙은 결혼을 승낙하고, 그렇게 며느리가 된 수진(최지우)이 둘의 공간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혼은 승낙했지만, 진숙은 동우를 수진에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 진숙은 동우와의 관계를 수진에게 드러내면서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수진이 물러나지 않자 진숙은 자신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주저 없이 폭력을 선택한다. 결국 수진은 공포에 떨며 집을 나가고, 이 일로 동우는 진숙과 실랑이를 벌이다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진숙은 수진을 속여 집으로 불러들인 뒤 그대로 감금한다. 동우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그러니 동우를 되살리려면 그 아내부터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동우는 온전히 진숙의 영향 아래 있다. 진숙은 동우와 함께 밖으로 나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데이트를 즐긴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진숙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탈출하려 하던 수진을 발견한다.
"넌 왜 내 말 안 듣는 거니? 그럼 넌 죽어야 해."
진숙과의 몸싸움 끝에 수진은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 순간, 살아났던 동우는 죽고 진숙의 세상은 무너진다. 진숙은 동우의 죽음을 직면하면서 조용히 손목을 긋는다.
파괴는 완전한 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파괴는 소유의 마지막 형태지만, 파괴된 것은 그 순간 성질이 변해 본래의 그것이 아니게 된다. 삼십 년 동안 동우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 세월이 진숙을 배신하지 않았던 것은 동우가 떠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매일 다시 선택했기 때문이다. 머무름이라는 성질은 떠날 수 있음을 재료로 삼아서만 만들어진다. 선택지가 없는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머무름이 아니라 단순한 위치에 불과하다. 그래서 파괴는 소유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이전에, 원했던 성질이 성립할 조건 자체를 없앤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들은 대체로 그가 달리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재료로 삼는다. 그것을 원하면서 동시에 그 자유를 견디지 못할 때 길은 언제나 같은 쪽으로 열려 있고, 그 길 끝에는 반드시 아들과 데이트를 나가는 사람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