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비가 왔었는지 아직 세상이 젖어있던 새벽, 편의점 가는 길. 수백 미터 앞 사거리에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애매한 길이의 색바랜 장화, 빨려 들어갈 정도로 짙은 검정 바지. 방금 세탁해 깨끗하지만 아직 다리지 않은 듯 주름진 흰색 셔츠는 폭이 넓고 허리 아래까지 내려와 있고, 밀도 높은 노란 머리칼이 덮은 그 작은 얼굴은 묵묵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점의 고전 미술작품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틀어놓고 간 유튜브 뮤직에서는 Judas Priest의 Before the Daw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학적인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