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차트
출처: 네이버 증권

26년 7월, 코스피가 한 달 만에 28% 넘게 빠졌다. 국민연금이 정부 압력 때문에 제때 팔지 않아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선을 긋자면, 정부의 증시 정책이나 최근 보이는 대응 방식을 옹호하고 싶지 않다. 그쪽은 그쪽대로 따질 지점이 있다. 다만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은 국민연금이 노후자금을 동원해 그간 주가를 떠받쳤다는 주장이다. 매매 기록으로 확인되는 사실 관계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받아 확인해봤다.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2025년 6월 2일부터 2026년 6월 말까지 13개월간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1조2782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8조7326억 원이 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2026년 상반기에 나왔다. 지수가 4224에서 6224로 오른 1~2월에 2조5728억 원, 6165에서 5052로 밀린 3월에 7648억 원, 5330에서 8476까지 뛴 4~5월에 3조579억 원을 팔았다. 6월은 오르내림이 있었으나 종가 기준으로 8476에서 시작해 8476으로 끝났다. 지수가 제자리인 그 한 달에도 2조3371억 원이 나왔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92에서 8476으로 3.1배가 되었기 때문에 연기금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지수가 세 배 오르는 그 속도에 매도를 맞추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목표비중은 두 차례 움직였다. 2025년에 세운 2026년 기금운용계획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14.4%였다. 2026년 1월 26일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를 14.9%로 올리면서,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벗어나도 기계적으로 매도하지 않도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 유예했다. 1월 초 코스피는 4224다. 5월 28일 제5차 회의는 14.9%를 20.8%로 올렸다. 이때 코스피는 8476이다. 새 목표비중은 유예가 끝나는 6월 말부터 적용됐다.

보건복지부는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목표비중 14.4%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것이다. 2025년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바뀌었고, 지배구조를 이유로 한국 시장에 매기던 할인이 줄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할인 요인이 해소되는 중이라면 할인을 전제로 만든 목표치를 그대로 고수하는 쪽이 오히려 오류다. 목표비중을 그대로 둔 채 유예만 끝냈다면 수십조 원을 한 번에 쏟아내야 했다. 그 매도 자체가 가격을 떨어뜨려 수익을 줄일 것이라는 당시의 판단은 비합리적이지 않다.

목표비중을 올린 시점이 최고점 부근인 것은 안타깝다. 더 일찍 더 많이 덜어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우리가 7월을 알고 난 뒤의 판단이다. 5월에는 AI 수요와 반도체 실적 전망을 근거로 한 낙관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기록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연기금은 본격적인 주가 상승기인 26년 상반기에 매도를 집중했다. 노후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쳤다는 그림은 매매 데이터에 없다. 목표비중을 올린 것은 매수 결정이 아니라, 유예 종료와 함께 쏟아질 물량을 줄이는 결정이었다.

* 참조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투자자별 거래실적 (코스피, 2025.06.01~2026.06.30)
보건복지부, 2026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26.01.26)
보건복지부, 2026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26.05.28)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자산군별 현황
서울경제, "연기금, 5년 만에 月 최대 순매도" (2026.06.24)
머니투데이, "국민연금 '매도 폭탄' 없었다"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