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는 실린더 라이너 한 가지 제품 생산에만 매진한다. 실린더 라이너는 대형엔진 기준 5~14개가 필요하며, 소모품으로 교환주기는 5 ~7년이다.
현재 국내 3대 엔진 빌더와 중국, 일본, 유럽 엔진 빌더에 신조선용 실린더 라이너를 공급하고 있고, HD현대마린솔루션를 통하여 세계 A/S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결산일 기준 신조선용 실린더 라이너 공급과 A/S 매출 비율은 약 2:1이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확인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두 곳 있다.
첫째는 24년도 케이프가 판매한 실린더 라이너는 전년 대비 약 11%(269개) 증가했는데, 내수가 9,875백만 원 증가한 것에 비해 전년 대비 달러 원 환율이 약 60원이나 높았음에도 수출은 12,133백만 원(약 54%!!) 감소한 부분인데, 케이프가 양산이 아닌 주문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당시 해외 주문이 줄었던 걸 수도 있고, 혹은 전략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그룹향 매출 비중을 늘린 것 같기도 한데, 이 부분은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중공업 그룹향 매출 비중은 2023년 34.2%에서 2024년 57.4%로 무려 23.2%p 폭등했고, 최근 결산일까지도 46.6%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고객 집중도가 상승하는 것은 리스크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현대중공업 그룹향 매출 비중 증가는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방증.
둘째는 25년도 케이프가 판매한 실린더 라이너 개수가 1,856개로 전년 대비 약 32%(878개) 감소한 부분인데, 이는 순환주기에 따른 것으로 24년도 재고 소진 및 25년도 발주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최근 결산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케이프의 멀티플은 8.51배다. 상장한 실린더 라이너 전문 업체가 있다면 비교해 보면 좋겠지만 마땅치가 않다. 아쉬운 대로 케이프가 속한 선박 기자재 섹터 중에서 비슷한 시가총액을 가진 인화정공(27.2배), 오리엔탈정공(30.03배), 현대힘스(29.55배)와 비교해 보면 케이프는 압도적으로 낮은 멀티플을 받고 있다.
정확히는 선박 기자재 업체들이 좀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지 않나... 싶지만 아무튼 같은 무리에서 혼자 소외된 상태. 게다가 비교를 위해 나열한 업체들은 선체 구조물이나 범용 의장품을 판매한다. 엔진 내부에서 피스톤 운동으로 발생하는 고온, 고압, 그리고 거친 마찰을 견뎌야 하는 실린더 라이너의 생산 난이도가 그 제품들보다 낮을 리 없다.
친환경 연료 엔진 도입의 가속화는 자명하다. 올해 검증이 본격화 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5,000GT 이상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는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실질적 제재다. 이제 실린더 라이너는 친환경 엔진 안에서 더욱 높은 온도와 압력 그리고 부식성을 견뎌야 하므로 기술적 진입장벽은 더욱 견고해질 예정이다.
높은 시장 지배력에도 케이프가 낮게 평가하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높은 멀티플을 받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사업 부문이 다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일까? 어쨌든 온전히 납득하기 힘든 이 상황을 시장은 조금씩 해소하고 있다.
24년도 종가 기준 현재까지 주가 추이를 보면 인화정공(약 73% 상승), 오리엔탈정공(약 60% 상승), 현대힘스(약 57% 상승) 대비 케이프(약 188% 상승)는 약 2.5~3.3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한동안 하락횡보 하던 케이프는 6거래일 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6년 4월 17일 기준 현재 약 48% 상승했다. 섹터 내 아웃퍼폼은 여전히 유효했다.
시장이 불균형을 어느 선까지 해소할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주가 상승을 단순 변동성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볼 근거가 있고 최근 가격 추이가 이를 증명하므로, 단기 급등 국면에서 차익실현 후 다시 기회를 노리는 전략보다는 가만히 보유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지금 시장 자체가 최고점이라 추가적인 탄력 둔화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케이프는 25년도 기준 배당수익률이 7.04%에 달하는 주주친화적인 기업이다. 현 시점 기준으로도 약 5% 정도. 국내 조선 3사가 약 3.5년~4년 치 수주량을 확보한 상태로 실적은 당분간 견조할 것이니 시장의 열기가 식더라도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높은 배당 매력에 기대어 일정 수준의 조정까지도 감내할 수 있는 구간으로 판단.
* 참고
케이프 사업보고서(2023~2025)
네이버 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