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산을 자주 도둑 맞는다.
우산을 찾으려고 우산꽂이를 뒤적이다 보면 왜 하필 내 우산이 도둑맞았는지 알게 된다. 우산꽂이에 남아있는 다른 우산들은 하나같이 안 예쁘다. 정확히는 어딘가 튄다. 색이 바랬거나 알록달록하다. 또는 없으면 좋았을 무늬가 있거나, 손잡이가 별로다. 이런 것들은 훔치기 싫기 이전에 훔치기 어렵다.
나는 미니멀한 까만 우산만 쓴다. 무난해서 예쁘다. 그리고 무난해서 훔치기도 좋다. 떳떳하지 못할 때는 튀지 않아야 하니까.
심리적 장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우산에 이름표를 달았다. 이름표는 간단히 풀어서 버릴 수 있는 끈에 허술하게 달렸지만, 이 이름표를 보고도 양심의 가책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